+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랑하는 내 아이야,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고 끊임없이 나에게 말하여라.
고난에 처하면 처할수록 더욱더 끊임없는 기도로써 너를 맡겨라.
내가 고통스럽던 그 밤에 아버지께 그렇게 하였듯이....
네가 만일 극도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그날 밤 내가 어떠하였는지 생각하고
내가 너보다 앞서 그 고통을 겪었음을 기억하고
너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라.
해골산 언덕에서 나는 옷을 벗기우고 십자가에 못박혔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것이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게쎄마니에서 피땀을 흘리며 괴로워한 것은 십자가의 고통이나
굴욕적인 죽음의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하실 수 있으니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라고
피의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고 호소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아버지의 뜻이었다.
나를 피범벅이 된 채 땅바닥에 넘어뜨린 아버지의 뜻이,
그 아버지 뜻의 사정없는 결단의 순간이
시시각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무서워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임종의 고통 한가운데서 눈을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아버지!" 하고 외치려다 그만 입술이 얼어붙었다.
나는 그 순간 도살당하는 나, 죄악의 제물이 된 나 자신을 보았다.
온 인류가 세상이 시작된 때부터 범죄한 모든 죄과들,
사람의 아들들이 퍼붓는 온갖 저주를, 온 인류를 대신하여 그 모든 것을
한 몸에 짊어진 나의 모습을 본 것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그러나 십자가의 죽음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아버지의 뜻' 이었다.
그 어두움과 절망감은 순간적이었지만 마치 영원으로 이어질 것처럼
길고 막막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한순간에 어둠은 사라지고 나는 빛을 보았다.
그 빛 속에서 아버지의 무한한 자비를 보았다.
아버지의 눈에는 온 인류의 죄를 슬퍼하는 사랑과 정의가 가득했다.
나는 아버지를 향해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다 이루었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야, 알아들었느냐?
내 십자가의 참뜻을....
무한한 정의와 무한한 사랑, 이 두 가지 모순이 완전히 통합된
내 십자가를 다시 한번 마음을 다하여 우러러보아라.
십자가의 세로대는 하느님의 정의이며, 가로대는 하느님의 사랑이다.
내 피가 세로대와 가로대를 붉게 물들이고 하나로 결합시킨 것이다.
십자가가 두 가지의 무한한 모순을 메운 것이다.
그러니 내 아이야, 너는 항상 단순하게 네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
탄식마저도 모두 나에게 말하여라.
너의 고통이나 괴로움도 내가 허락한 것이니 나에게 호소하여라.
내가 아버지께 그렇게 하였듯이....
(고바야시 아리카타/ 주님 말씀하소서/성바오로- 에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0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