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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40411(금)-오늘의 묵상(십자가의 그림자)

두레골 2014. 4. 11. 06:45
복음 : 요한 10,31-42.


성주간이 눈앞이라는 생각과 함께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을 듣습니다.
도처에서 달려드는 고발자와 박해자에게
쫓기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모습을 보면서,
또한 신성 모독이라는 모함으로 예수님을 배척하는
유다인들의 적개심을 대하며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그리고 저 멀리서부터 나에게로
무섭게 다가서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바라보게 됩니다.
여러 가지로 흥미 있는 소설인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의
시작 부분에서 본 한 문장이 뇌리를 스칩니다.
"배신이라 말할 때, 지는 해를 따라
길어지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쫓아가 보는 것."
가끔은 왜 이리도 십자가의 그림자조차도
보기 싫었던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예언자의 수난과 예수님의 고통,
그리고 사람들의 폭력과 적개심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더러 그분을 배신하는 저의 약한 모습과
그것을 알기에 슬퍼지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십자가의 그림자를 보면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의 갖가지 아픔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십자가를 대하며 느끼는 저의 복잡한 심경을

비로소 자각하게 해 준 사람이 일본의 작가 엔도 슈사쿠입니다.
나가사키의 바다가 굽어보이는 언덕에는 그의 대표작인
『침묵』의 한 구절을 새긴 '침묵의 비'가 있습니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님, 바다가 너무도 푸릅니다."
이 작가의 고백을 거듭 되뇌며
먹먹한 마음으로 십자가를 떠올립니다.
그는 긴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소설
『깊은 강』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렇게 고백합니다.
"믿을 수 있는 건,
저마다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짊어지고 깊은 강에서 기도하는 이 광경입니다.
그 사람들을 보듬으며 강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강, 인간의 깊은 강의 슬픔,
그 안에 저도 섞여 있습니다."

이제 저의 나약함과 인간의 나약함,
저의 슬픔과 인간의 슬픔,
저의 악함과 인간의 악함,
이 가련하고 비참한 모든 현실을 담고 있는
십자가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성주간을 기다립니다.
그 드리워진 그림자 밑으로 도망치지 않고
그 앞에서 십자가를 뚫어지게 응시하리라 다짐합니다.
그 십자가가 구원의 길임을 믿습니다.


- 매일미사에서 옮김 (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