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서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무거운 삶의 무게를 믿음으로 헤쳐나가길 빌며...

행복한 쉼터, 두레골...

◐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30313(수)-나무가 품고 있는 것

두레골 2013. 3. 13. 10:4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가, 이 나무는 대들보로 쓸란다. 고래심줄 같은 완강한 고집이 세상의 중심을
너끈히 받쳐줄 것 같구나." 톱으로 켜려고 나무에 먹줄을 칠 때는 먹통을 잡아드리
기도 하였다. 재제한 다음 거친 표면을 대패로 밀어 매끄럽게 다듬고 나면, 눈부신
결이 드러났다. 그것을 눈여겨보란 듯이 세워서 보여 줄 때도 있었다.
"아가, 겉으로는 평온하게 자라는 것 같아도 모든 나무는 이렇게 파란과 격정을
품고 산단다. 이것은 옹이까지 박혀 있구나."

치목이 끝난 나무는 끌로 밑동이나 끝동 어름에 구멍이나 홈을 파내었다.
집은 이음과 맞춤으로 짜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훌륭한 목수는 나무에 결코
못을 박지 않았다. "아가, 혼자서는 살 수 없단다. 어깨 한쪽을 내어 주어 세상의
무게를 함께 맞들고 살아야 한단다."

 마지막으로 서까래나 동자, 합각머리 등에 쓸 가늘고 작은 나무를 다듬으셨다.
"아가, 한사코 기둥이나 들보가 되려고 하지 마라. 무거운 짐을 감담해야 한단다.
사래나 인방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아직도 기둥 사이를 건너지른 도리 위에 서서 하얀 수염을 표표히 휘날리며 집을
올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증조부는 나에게 늘 성자의 표상이셨다. 두루마기를
입고, 붉은 성경책을 들고 예배당에 가시던 모습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아가, 사랑하여라. 생면부지 남인 것 같아도 알고 보면 맞은편에서 한쪽을 지탱하고
있는 귀기둥이란다. 초라해 보여도 엄연히 대청마루 청널의 잇몸을 받은 동귀틀
한 조각이란다."

- 정희승/선우미디어/꿈꾸는 사물들/소금항아리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