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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할머니는 내 외숙모께서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코흘리게 손자 손녀를 네 명이나 손수 길러내셨다.... 나는 경주에 있는 그런 외할머니 댁에 방학만 되면 가서 며칠씩 놀곤 했다. 그런데 한번은 겨울방학을 해서 내가 경주에 갔을 때였다. 외할머니가 나를 보고도 그리 반가워하는 표시가 없었다. "호승이 니 왔나?" 하고는 그뿐이었다. 원래 쓰다 달다 말이 없는 분이었지만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날따라 할머니의 그런 모습이 퍽 섭섭하게 느껴졌다. 외할머니의 그런 무덤덤한 태도에 다음부터는 방학이 되어도 절대 경주에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새벽이었다. 소변이 보고 싶어 일어나 마당 한 모서리에 있는 변소를 찾아갔다. 밤바람은 몹시 찼다. 마침 하늘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줌을 누고 돌아오다 보니까 누군가 내가 자는 방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군불을 때고 있었다. 누군가 하고 보자 바로 외할머니였다. 가슴이 뭉클했다. 외할머니는 나를 위해 혹시라도 방구들이 식었을까 봐 신새벽에 말없이 일어나 군불을 지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생각해 보면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사랑한다는 백 마디의 말보다 말없이 새벽에 일어나 손자가 자는 방에 군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사랑의 원형이 아닐까. 사랑은 그리 호들갑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랑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바로 이러한 은근한 희생을 수반한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0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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