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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 루카 11,47-54.
오래전의 일입니만, 군대 생활을 할 때 강릉에 무장 공비가 나타났다고 해 50일 넘게 강원도 산간에서 매복하며 지낸 적이 있습니다. 매복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땅을 파고 그 속에서 두꺼운 옷이나 담요만을 가지고 밤낮으로 숨어 지내는 것을 뜻합니다. 잠시 틈내어 물 흐르는 곳으로 가 양치질하고 얼른 머리를 감을 정도이지, 대부분은 구덩이(참호) 속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러니 50여 일 동안 목욕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겉옷은 말할 것도 없고 속옷조차 일주일에 겨우 한 번 갈아입었으니, 얼마나 더러웠겠습니까? 그런데 한 주 두 주 시간이 흐르면서 제 몸이 더러워졌는지 잘 느껴지지 않고 냄새나는지조차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기나긴 매복이 끝나고 부대에 복귀하여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그제야 몸과 마음이 개운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오랜 기간 지저분하게 지내면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지, 또 씻어야 할 필요조차 잘 느끼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보고 불행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겉은 말끔하였을지 모르나, 속은 더러웠습니다. 조상들도 깨끗하지 못해서 예언자들의 경고조차 귀담아듣지 않을뿐더러 그들을 죽여 버렸습니다. 오늘 복음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그러한 조상들의 뒤를 이어 양심이 무디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만, 그들은 자기 조상들처럼 예수님을 박해하고자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처럼 죄가 쌓이고 쌓인 나머지 자신들이 얼마나 더러운지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속을 자주 깨끗하게 씻고 있습니까? - 매일미사에서 옮김 (13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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