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서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무거운 삶의 무게를 믿음으로 헤쳐나가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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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091113(금)-바보엄마

두레골 2009. 11. 13. 17:59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걸핏하면 20등짜리 성적표를 내밀며 아빠 몰래 도장을 찍어 달라던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어른이 되었습니다. 성적표를 받고 어이없어 하는 나에게
"엄마, 누군가는 20등도 하고 꼴등도 해야지 몽땅 일등을 하면 담임선생님이
골치 아프지 않을까?" 하던 아이들. 그때는 속도 상했지만 그 말이 그럴듯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고액 과외를 시켜달라고 투정 부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는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고3 때도 야간자율학습을 하느라 귀가가 늦으니 자기네가 볼 드라마를 녹화해 놓으라고
부탁했습니다. 나는 그런 일들을 열심히 챙기는 바람에 '푼수엄마' 소리까지 듣곤 했습니다.
녹화 테이프를 보면서 낄낄거리며 떡볶이와 순대를 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입시 불안은 커녕 즐겁고 행복했던 '바보 엄마' 였습니다.

산에 오를 때 천천히 길 옆의 꽃과 풀들을 보고 즐기며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지런히 앞만 보고 올랐다가 정상에서 환호하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모두 소중한 삶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빠른 변화를 따르기보다는
하늘의 순리대로 살라던 부모님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 좋았습니다.
봄에는 꽃을 보고, 여름에는 소나기를 피하지 않고, 가을에는 추수의 결실 앞에서
기꺼이 감사드렸던 우리 가족들....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 채 목표만 향하여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삶이 끝났을 때,
남아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일등을 지키려고 여러 과외 선생을 두고
공부했던 아이가 군대에 가서 엄마의 면회를 거절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엄마는 나더러 정신 차리라고 여러 번 충고했던 엄마입니다.
아이들에게 투자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그 아이는 자라서 엄마의 잔소리만 생각하고,
우리 애들은 엄마를 생각하면 맛있는 음식이 생각난다니 바보엄마가 더 행복한 거지요.

- 권오분/ 소금항아리 - 에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