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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 동시 제15편]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비… 소년을 집에 가뒀네
비라고 해서 다 같은 비가 아니다. 생긴 모양이 다르고, 내리는 모습이 다르고, 내릴 때 소리가 다르다. 비는 강약에 따라 조록조록도 내리고 쪼록쪼록도 내린다. 또 주룩주룩도 내리고 쭈룩쭈룩도 내린다. 시인은 몇 개의 간단한 부사어로 비 내리는 광경을 차별화하는 마술 같은 솜씨를 보여준다. 비가 오자 소년의 집은 빗속에 포위된다. 비는 오고 감을 막고, 소년을 권태에 가둔다. 이 뜻밖의 나른한 권태에 어쩔 줄 몰라 뒹굴뒹굴 하던 소년은 마침내 누나 옆에서 얌전히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한다. 조록조록과 쪼록쪼록 사이에서, 주룩주룩과 쭈룩쭈룩 사이에서 몸을 쓰는 일에 제약을 받고 외적 활동이 제한된다면 거꾸로 소년의 내면 삶은 풍부해질 터다. 이 동시를 지은 임석재(1903~1998)는 문단보다는 학계와 민속학 쪽에서 더 이름이 난 분이다. 경성제대 철학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 사범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한편으로 동요와 동시, 동화들을 남겼는데, 〈비 오는 날〉은 그중의 한편이다. 비가 불러온 이 뜻밖의 휴지기(休止期), 발랄한 몸짓을 멈추게 한 정일(靜逸)의 한때가 해 나는 날이 있으면 비 오는 날도 있고, 세상 일이 제 뜻대로만 될 수 없다는 깨달음과 더불어 소년을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데 보약 같은 보탬이 되었으리라. ▲ 해설: 장석주·시인
입력 : 2008.05.27 23:20
출처: 조선닷컴(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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