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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1991년 11월 병원에 가신 어머님의 소식을 기다리며 11개월 된 딸아이를 업고 제발 나쁜 병만 아니기를 빌었습니다. 그러나 위암 중기라고 아비가 말했을 때 순간 어머님이 불쌍해서 미칠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하시는 일마다 어머님을 괴롭히셨던 아버님이 미웠습니다.
술을 좋아하신 아버님이 크고 작은 경운기 사고로 병원생활을 하고 난 뒤 남은 건 빚뿐이었죠. 그렇게 아버님의 간병과 미혼인 네 자녀의 학업 뒷바라지를 하느라 힘들게 사셨는데 이제 조금 살만 한가 싶을 때 암이라니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야위신 몸은 너무나 애처로웠어요. 밤에는 온 삭신이 아파서 신음하며 괴로워하시는 어머님의 앙상한 뼈가 손에 들어왔습니다. 보약이라도 한 재 해 드리면 속에서 안 받는다 하며 아버님을 챙기시는 하늘같은 어머님 마음에 또 부끄러웠습니다. 어쩌면 어머님의 무거운 짐을 제가 떠맡게 될까 봐 겁이 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님이 꼭 완치되실 거라고 믿었죠. 다행히 아버님도 회사에 다니시며 어머님 약값을 보태 주셨죠. 그것은 5년간의 항암치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암 환자의 몸으로 손자손녀 3명을 키워 주신 어머님은 우리 가정에 생명줄이었습니다. 결국 경운기 사고로 5년 전에 먼저 가신 아버님도 하늘나라에서 흐뭇해하실 겁니다.
어느덧 어머님의 큰손녀 다솜이가 열일곱 살이에요. 아이들 시집 장가가서 행복하게 잘사는 것도 보시고, 백 마디 말보다 손수 만들어 주신 행복의 터전은 수억만 금의 재산보다도 값진 어머님 눈물의 금자탑입니다. 어머님 노고에 감사드리며 어머님의 위대하신 사랑을 큰 며느리 혼자서 느끼기에는 너무 아까워 몇 글자 올렸습니다. 암을 정복하신 어머님! 오늘도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님의 뼛속까지도. - 큰며느리 드림
김윤순 님 / 충북 영동군 상용리 (071112)
- 좋은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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