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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내편, 호랑이 할아버지
이모, 할아버지하고 나, 같이 찍은 사진 없어? 십 년 만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처음 맞이하는 외할아버지의 제삿날, 가족 앨범을 보다 이모에게 물었다.
어릴 적, 집안 사정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1년 동안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했다. 할아버지의 인상이 너무 무서워 엄마 손을 꼭 잡고 나까지 덩달아 인상을 찌푸렸다. 엄마의 양아버지. 따지고 보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외할아버지는 엄마의 품이 그리워 며칠을 울어도 눈썹 한 올 까닥하지 않으셨다. 그땐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미웠고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학원 앞에서 울고 있는데 눈앞에 할아버지의 모습이 뿌옇게 보였다. 우산을 쓴 할아버지의 다른 한 손에는 물방울무늬의 작고 귀여운 우산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앞서 걸어가는 할아버지와 쫓아가던 나. 집으로 가는 길은 어색하기만 했는데 작은 분식집 앞에서 할아버지의 걸음이 멈췄다. 떡볶이 한 접시로 할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스르르 녹게 될 줄이야.
그날 이후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내 머리를 손수 묶어 주셨고, 자전거로 학원까지 바래다 주셨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다.
찾았다! 여기 사진. 이모가 내민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는 나를 번쩍 들어올려 목말을 태워 주고 계셨다. 어느새 제사가 시작되었고 나는 모두 절을 할 때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제사상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가 다그친다.
이놈의 계집애가 절 안 할 거면 옆으로 빠져 있어.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다.
안 돼, 이렇게 모두 절할 때 서 있어야 할아버지가 나를 잘 보실 수 있거든.
신미선 님 / 경기도 안양시 안양3동 (071105)
- 좋은생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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