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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가락 모두 똑같이

두레골 2007. 11. 10. 11:06

두 발가락 모두 똑같이

 

어릴 적 검지와 중지 발가락 가운데 어느 발가락이 긴가에 따라 엄마아빠 중 누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부 싸움을 하는 엄마아빠를 볼 때마다 난 늘 내 발가락을 쳐다보았지요.

 

아빠는 참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는 말이지요. 그런 아빠는 여자 문제로 늘 엄마와 부부 싸움을 했고, 좁은 골목에서 엄마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빠가 생계를 위해 해외로 일하러 갔을 때, 어린 맘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지요. 더 이상 엄마가 우는 걸 안 봐도 되고, 우리 집 앞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빠가 다시 돌아온 뒤 여전히 우리 집은 바람 잘 날 없었습니다. 그런 생활은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도 계속되었지요. 엄마는 “너 결혼할 때까지만….”이란 말을 늘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 결혼식 날짜가 잡혔습니다. 나는 아빠를 내 결혼식에 어느 부분에라도 끼워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이든 아빠는 막내딸 살 집이라고 손수 페인트칠도 하시고, 가전제품이 잘 놓였나 점검해 주시고, 주례가 늦어 입장을 기다리는 딸 손에 들린 무거운 부케도 들어 주십니다. 폐백을 드리니 “잘 살아라.” 하며 아빠가 우십니다. 살가운 말 한마디 한번 없으시던 분이었는데….

 

요즘은 아빠에 대한 미운 감정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손자를 무척이나 예뻐하시고 작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안 좋은 엄마를 위해 안마도 해 주시는 아빠…. 그런 아빠의 모습에 막내딸은 발가락을 볼 때마다 두 발가락이 똑같이 길어지게 짧은 쪽을 쭉쭉 당깁니다. 사시는 동안 아빠가 엄마 맘속의 아픈 응어리들 다 풀어 주길, 그리고 두 분 모두 편안한 맘으로 사셨으면 합니다.                                

 

류희수 님(가명) / 서울 도봉구 창5동  (071107)

 

 

- 좋은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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