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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41102(일)-오늘의 묵상(하느님의 얼굴)

두레골 2014. 11. 2. 08:58
복음 : 마태 5,1-12ㄴ


영화로도 만들어져 더욱 널리 알려진,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라는 소설은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흥미와 깊이를 가진 작품입니다.
이 소설 곳곳에는 우리의 신앙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장면도 나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욥의 고백을 들으며 이 소설의 여러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소년 파이는 가족과 함께 인도에서 캐나다로 이민가기 위해
그들이 운영하던 동물원의 동물들과 함께
배에 오르지만 파선되어 위기에 놓입니다.
가족도 동물들도 모두 잃은 채 소년만이 유일한 생존자로 구명정에 남았는데,
그 보트에는 불행하게도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이미 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시시각각 목숨을 위협하는 호랑이와 함께
보트에서 227일을 표류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또한 삶과 종교적 체험에
대한 속 깊은 우화이자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소년은 마치 욥이 그랬듯이 죄 없이,
이유 없이 너무나 큰 고통을 겪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소설의 앞부분에서 이미 이렇게 밝힙니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이 말은 그 모든 고통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선언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소설은 소년이 이러한 확신에 다가가는 내적 여정을 보여 줍니다.
소년은 공포심과 자포자기의 유혹을 이겨 내며,
‘살아서 그분의 얼굴을 보리라.’는 희망을 악착같이 쥐고 있었던
오늘 독서의 욥처럼, 바다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가장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던 구명정 안의 호랑이였습니다.
호랑이는 그가 생의 의지를 잃지 않게 하면서
긴장감으로 버티게 했던 것입니다.
이 ‘호랑이의 존재’는 우리 인생길에서 때때로 맞닥뜨리는,
무정하고 매정하며 잔인하게까지 다가오는
하느님의 ‘얼굴’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욥은 이러한 하느님의 얼굴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소년 파이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하느님의 그 ‘잔인하고 두려운 얼굴’에 사실은
그분의 사랑이 숨겨져 있음을 믿고 기다리며 끝까지 분투하는 것,
그것이 참된 신앙인의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 속에서
우리는 진정 새로 태어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매일미사에서 옮김 (1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