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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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30730(화)-'욱'하는 마음 인제 그만 ...양승국 신부

두레골 2013. 7. 30. 09:19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한 교도소에 미사를 드리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재소자들의 우렁찬
입당 성가를 따라 강당 앞쪽 높은 단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제대에 깊이 절을
하고 재소자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멀리 강당 뒷벽 양쪽에 큰 글씨의 표어가
적힌 걸개 두 개가 보였습니다.

왼쪽의 표어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어머니, 오늘도 당신의 아들은 새롭게 태어납니다.'

누가 지었는지 재소자들에게 꼭 필요한 좋은 표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소자들이 오늘 비록 제약된 삶을 살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며 새로운 삶을
계획하라는 의미에서 정말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 붙어 있는 표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엄청 웃겼습니다. 미사 중에도 자꾸 그 표어 생각에 웃음이 나와 참기 힘들었는데,
그 내용은 이랬습니다.
'욱하는 마음 인제 그만!'

그런데 처음에는 그렇게 웃기던 그 표어가 재소자들에게 정말이지 꼭 필요한
표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도소 표어 짓기 대상 수상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도 원래부터 그리 나쁜 사람들은 결코 아니었을 것입니다.
마주 앉아 대화해 보면 얼마나 순박하고 우직한지 모릅니다. 또 얼마나 단순하고
의리가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왜 거기 들어와 앉아 있을까요? 그 표어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욱'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한순간 솟구쳐 올라온 '욱'하는 마음을 1분 동안만 참았더라면 교도소까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뛰면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큰마음 먹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으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성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들은 사실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래도 아니고 우리보다 3분 정도 더 인내할 줄 아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고 선우경식 요셉의원 원장님께서 생전에 저희에게 자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수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내심입니다. 참고 또 참으십시오.
그리고 또 참고 또 참으십시오."

오늘 우리의 삶이 때로 견딜 수 없이 남루하고 때로 비참하다 할지라도 방법이 없습니다.
꾹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요. 언젠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주실 깜짝 선물을 기대하면서,
언젠가 우리에게 '잘 참고 걸어왔다.'며 건네주실 표창장 수여식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걸어가는 것이 매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오늘 내가 걷는 길이 돌밭길이라 할지라도 걷다 보면 분명히 아름다운 들길, 화사한 꽃으로
만발한 길도 만날 것입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 줄 시원한 냇가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꿈결에서조차 그리워하던 옛 친구, 고마운 이들의 얼굴을 만나게 될 그 순간을 고대하며
어떻게 해서든 매일의 고통을 견뎌 낼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 18).

우리가 매일의 고통을 기쁘게 견뎌 내는 것 그 자체로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에 참여하는
길이며,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콜로 1, 24)을 채우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은 잠시뿐입니다. 우리가 견디고 또 견딘다면 이 고통은
어느새 축복으로 변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죽을 힘을 다해 감내하고 있는 이 혹독한
슬픔은 머지 않아 춤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의 이 끝도 없을 것 같은 불행은 머지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으로 승화되어 있을 것입니다.

-양승국 신부님/축복의 달인/생활성서사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3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