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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요한 18,1—19,42
‘엘리 위젤’이라는 루마니아 태생의 유다인 작가는 자신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체험을 담아 『흑야』라는 책을 냈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날 독일 군사들이 수용소의 막사 앞에 유다인들을 늘어세웠습니다. 그리고서 남자 두 명과 어린아이 한 명을 교수대에 매달았습니다. 어른인 남자 둘은 금방 숨이 끊어졌지만, 어린아이의 고통은 무려 반 시간 이상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이때 하느님을 철저히 믿어 온 유다인들 사이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그분께서는 도대체 어디에 계시다는 말인가?” 우리도 살아가면서 그렇게 이야기할 만큼 고통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할 때 ‘정말 하느님께서 계신가?’ 하고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랑이시라면 왜 우리를 이러한 고통 속에 그대로 두시는가?’ 하고 묻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의 해답은 바로 십자가에 있습니다. 십자가란 하느님의 현존을 가장 의심케 하는 장소입니다. 십자가만큼이나 인간의 고통과 절망, 고독과 허무를 잘 드러내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곳에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매달려 계십니다. 곧 하느님의 현존을 의심스럽게 하는 바로 그곳에 하느님 자신이 매달려 계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죽어 간 어린아이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몸소 죽음을 겪으시며 인류가 신음하는 현장 곳곳에서 그들과 더불어 아파하고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그렇게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고 계시는 것입니다. - 매일미사에서 옮김 (130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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