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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강론과 신앙 이야기

120807(화)-폭풍 속의 항해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두레골 2012. 8. 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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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 마태14,22-36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뒤, 22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23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24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25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26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댔다. 27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28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29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30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31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32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33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34그들은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렀다. 35그러자 그곳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그 주변 모든 지방으로 사람들을 보내어, 병든 이들을 모두 그분께 데려왔다.36그리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마태 14,22 - 36)


<내면을 먼저>



   제자들이 타고 있던 배는 보기만 해도 듬직한 대형 카페리호가 아니었습니다. 고작 대여섯 명이나 앉을 수 있는 보잘 것 없는 목선이었습니다. 제자들은 그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건너가야 했습니다. 바람이 잔잔한 날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침 심한 역풍이 불어왔습니다. 제자들은 돌아가며 열심히 노를 저어댔지만 배는 방향을 잃고 벌써 대여섯 시간 동안이나 호수 여기저기를 헤매 다니고 있었습니다.

   강한 비바람에 높은 파도, 거기에 칠흑 같은 어둠, 계속되는 표류, 기진맥진...제자들은 마침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떨기 시작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가장 걱정되는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항상 동행해주시던 스승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제자들은 절실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스승 부재 상태는 곧 바로 죽음이란 것을 말입니다. 스승께서 자신들을 동반하지 않으실 때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승님을 떠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현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한 목소리로 간절히 기도했을 것입니다. ‘스승님, 대체 어디 계시는 것입니까? 지금 저희가 죽게 생겼습니다. 제발 빨리 돌아와 주십시오. 오셔서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마침내 새벽 4시 예수님께서 폭풍우를 뚫고 물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다가오십니다. 재미있는 것 한 가지, 자신들을 구하러 다가오시는 스승님을 향해 제자들이 외치는 소리. “유령이다!”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 먼 제자들이었습니다. 믿음이 너무나 약한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 보시기에 참으로 한심한 일,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곤경에 처한 자신들을 구하러 다가가신 예수님께 유령이라니...

   주님께서 내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현존하지 않으실 때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종종 변장하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을 알아 뵙지 못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시고 외치시는데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응답하지 못합니다.

   마침내 주님께서 제자들이 탄 배에 오르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풍우는 잠잠해졌습니다. 스승님의 등장으로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던 제자들의 마음은 평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스승님의 현존으로 인해 상황은 180도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폭풍은 감미로운 미풍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는 완벽한 평화로, 고뇌가 기쁨으로, 죽음의 그림자 대신 환희로 가득 찬 생명의 숨결이...

   제자들이 겪었던 폭풍 속의 항해는 오늘 우리 삶 안에서도 종종 되풀이 되곤 합니다. 칠흑처럼 캄캄한 심연의 바다를 나 홀로 건너야 때가 자주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서 노를 저어보지만 보잘 것 없는 내 인생의 배는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합니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겠다는 절망감, 무력감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간절하고도 겸손한 기다림입니다. 그로 인한 지속적인 주님의 현존입니다.

   ‘주님, 보십시오. 제가 지금 곤경 중에 있습니다. 제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산더미 같은 파도와 맞서기 위해서는 주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당신 없이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저입니다. 늘 저와 동행하여 주십시오.’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앞 뒤 따져보지 않는 무조건적인 신앙, 이리 저리 재보지 않는 순수하고 단순한 신앙, 온 몸과 마음을 던지는 확고한 신앙입니다.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야 7장 9절)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굿뉴스 가톨릭게시판 우리들의 묵상'에서 옮김 (1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