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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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10803(수)-약속

두레골 2011. 8. 3. 07:46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분명하지도 확실하지도 않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유동적이고 변할 수 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다는 의미다.

많은 정통 유대교 신봉자들처럼 외할아버지도 약속을 하거나 미래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라는 단서를 반드시 붙이셨다.
이것은 하느님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는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다는 정통 유대교의
가르침이다. 누군가 "다음 화요일에 봅시다."라고 말하거나 "우리 한 시간 후에
식사해요" 라고 하면 할아버지는 늘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라고 응답하셨다.
하느님은 밥을 먹게 되는 한 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에도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분이다. 할아버지가 어떤 두려움 때문에 그런 단서를 붙인 건 결코 아니다.
다만 늘 이 세상 모든 일이 하느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주기 위해서다. 어떤 일의 결과가 반드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일어나는 상황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필요하다. 점심 약속이나 고기가 제대로 구워지는 것이나 졸업이나
결혼도 모두 하느님 손에 달려 있다.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것, 또는 깨어 있다는
것은 하느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기다리고, 모험심을 지니고 삶에 투신하는 것이다. 그것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탐정소설을 읽는 것과 같다.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고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잠들지 못하고 결국 끝까지 읽게 되는 것과 같다.

약속이나 계획 성사가 하느님의 승인 여부에 달려 있다면,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는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숨어 있다. 할아버지는 삶에서 일어나는 비극이나
축복을 우리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은 분명 역동적인 우리 삶의 일부라고
하셨다. 누구도 항상 자기가 원하는 것만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길에 대한 믿음은 지닐 수 있다. 하느님의 뜻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하느님의 현존은 확실하다. 살아가는 데 확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하느님의 현존이다.

좀 잘난 척하는 듯 들리겠지만 약속을 메모하는 내 수첩은 이미 3년 후까지
빽빽하게 적혀 있다. 약속을 표시하면서 꼭 지키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다른 일이
생겨서 못 지킬 수도 있음을 늘 염두에 둔다. 약속을 확인하는 편지를 주고받고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 표를 사기도 하지만 마음 안에는 언제나 돌발 상황에
대해 여유 있는 마음을 지니려고 노력한다. 약속은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인지 기다린다. 내 마음속에선 늘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이라고 말씀하신
할아버지 목소리를 여전히 듣는다.

- 할아버지의 축복/레이첼 나오미 레멘/ 문예출판사 - 에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