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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우리나라의 고질병을 '빨리빨리'라고 하는데, 나는 이 빨리빨리가 우리 민족의 나쁜 성격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빨리빨리의 민족성이 그나마 우리 민족을 이만큼이라도 이끌어온 강한 추진력인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 빨리빨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강 다리가 끊어지고 가스가 폭발하는 사회적 병리 현상은 그 빨리빨리의 강박관념 때문인 것이다. 나는 요즈음 천천히 글을 쓰고 싶다. 이것은 요즈음의 인생을 설계하는 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다. 나는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써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지금껏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펜을 들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려는 이미지의 분출을 손끝에 담아내기 위해서 마치 속기사처럼 빠른 속도로 글을 써왔다. 때문에 날이 갈수록 내 글씨는 속기사의 암호처럼 악필이 되어가고 있다. 더 이상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또박또박 글씨를 쓰려 하면 이미지가 단절되어 글이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마치 옛날의 스님들이 경판을 새길 때 한 자의 글을 새기고 절을 삼배 올리고, 한 권의 경전을 새기고 목욕재계하였던 것처럼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글뿐 아니라 삶 자체도 그렇게 변화해서 살아가고 싶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차를 몰고, 천천히 책을 읽고, 천천히 밥을 먹고, 천천히 잠을 자고, 그러나 그 천천함도 지나치지 않게. 우연히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제1악장이 요즈음 내 삶의 화두를 이루고 있다.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그렇다. 내 삶을 작곡한 하느님이 지휘자인 내게 요구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나는 그 작곡가의 숨은 뜻을 따라가며 연주하듯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09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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