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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 요한 16,12-15. 사도행전의 17장 중반에는 바오로 사도가 고대 그리스 문화의 중심지인 아테네에서 펼친 선교 활동과 그 결과를 마치 신문 기사처럼 상세하게 보도합니다. 오늘 독서에 해당하는 22절 이하에서는 바오로의 아레오파고스의 연설을 전해 줍니다. 아레오파고스는 아테네의 중심인 아크로폴리스에서 북서쪽으로 좀 떨어져 있는 언덕으로, 전쟁의 신 '아레스'의 이름을 땄습니다. 전통적으로 나랏일에 큰 영향을 끼친 귀족 회의가 이곳에 자리했으며, '귀족 회의' 자체를 뜻하기도 했습니다. 바오로 시대에도 그곳은 지식인들과 유력 인사들이 자주 시간을 보내는, 오늘날로 치자면 공론의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여기서 바오로는 먼저 그리스인들의 종교심을 존중하며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원초적 종교심과 이성의 능력이 낳은 '자연 종교'와 '자연 신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주님이시고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계시로 향하라고 권유합니다. 마지막에는 부활 신앙의 진리를 확고하게 증언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그가 아테네에서 펼친 활동의 연장선이라 하겠습니다. 바오로는 사상의 중심지 아테네에서 유다인들에게 부활의 복음을 전할 뿐 아니라, 당시 지식인들을 사로잡은 철학자들과도 적극적으로 토론하였습니다(사도 17,16-21 참조). 한편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아레오파고스의 연설이, 오늘 제1독서에서 볼 수 있듯이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고 솔직히 알려 줍니다. 그리스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유보적이거나 냉소적인데,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선포가 걸림돌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레오파고스의 사건은 바오로의 선교 여행에서 크게 성공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오늘날의 교회에 큰 교훈과 영감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바오로가 다른 종교, 다른 생각과 문화와의 열린 대화의 장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레오파고스'는 자주 교회가 지녀야 하는 '대화에 대한 의지'의 상징이 됩니다. 그리고 바오로의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이며 상대를 존중하는 토론 방식은 우리에게 귀감이 됩니다. 이는 상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그의 연설에서 알 수 있습니다. 바오로는 상대의 호감과 찬동을 얻고자 복음의 핵심을 부당하게 희석하지 않았습니다. 부활 신앙을 확고하게 선포하는 구절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합니다. 열린 대화가 교회의 방식이어야 하지만 그것이 정체성을 이루는 진리의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오로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가 이성에 호소하여 그리스 지식인들을 설득하려던 시도는 그 시대 사람들의 눈에는 실패한 일에 불과했겠으나, 교회 역사에서 귀중한 영감의 원천으로 후대에 풍성히 수확할 열매의 씨를 뿌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교회 역시 긴 호흡과 더불어 주님의 섭리를 신뢰하며 다른 종교와 문화, 시대의 주된 흐름과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 가야 할 것입니다. - 매일미사에서 옮김 (140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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