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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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20111(수)-다시 첫눈을 기다리며(정호승)

두레골 2012. 1. 11. 10:05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람들은 왜 첫눈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말없이 전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의 언어를
저 순백한 천상의 언어로 대신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 땅에 첫눈이 오는 까닭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눈을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 오는 날, 찻집의 창가에 마주 앉아 펑펑 내리는 첫눈을 바라보며 함께
차를 드는 이들은 행복하다.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쩌면 첫눈은 첫사랑과도 같다.

내가 아직도 첫눈 오기를 기다리는 까닭은 첫사랑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첫눈 오는 날 만날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첫눈 오는 날 아직도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첫눈은 공평하다. 불공정하지 않고 편애하지 않는다. 똑같이 축복을 내린다.
첫눈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의 공평한 손길이다. 첫눈은 죽은 자의 무덤 위에도
산 자의 아파트 위에도 내린다. 고속도로에도 굽은 산길에도 내린다.
선암사 해우소 위에도, 송광사 산수유나무의 붉은 열매 위에도, 명동성당의
뾰족한 종탑 위에도 내린다. 대기업 총수의 어깨 위에도, 가난한 아버지의
등허리 위에도 내린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