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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야~, 너희 집에는 화장실에도 십자가가 있네!" 어렸을 때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오면 누구나 하던 감탄사 중의 하나이다. 우리 집에는 모든 공간에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화장실뿐만 아니라 다락방에도 주방에도 조그마한 창고에도.... 아마도 어느 곳이나 '하느님께서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다.' 는 신앙 교육을 우리에게 하시고자 했던 부모님의 마음인 것 같다. 그렇다고 감시자로서의 하느님은 아니었다.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자상한 아버지,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기에 어릴 때부터 우리 식구들의 기도 공간은 '어느 곳이나' 였다. 지금은 가족 중에 두 명이 수도자라서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흔치 않다. 몇 년 전에 모처럼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내가 한 방을, 어머니와 누나수녀가 한 방을 사용했다. 그런데 아직도 이른 시간임에도 아버지가 화장실에 들어가셨는데 한참이 지나도 나오시지 않는 것이었다. 노크를 하고 몸을 여니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으셔서 아들 신부가 깰까 봐 기도하고 계셨다. 그날 아침에 함께 미사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누나수녀에게 했더니 역시 그 방에서 똑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그렇게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는 분이시다. 어릴 적 추억 중에 또 하나는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면서 기도를 바쳤던 일이다.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면 아버지와 나는 바짝 붙어 앉아서 귓속말로 묵주기도 5단을 바쳤다. 그때는 모든 신자 아이들이 그런 줄 알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기도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집 기도의 가장 첫 자리는 거실 한가운데라 할 수 있다. 그곳에는 천장과 가까이 십자가가 걸려 있고 바로 아래 1m 정도 높이의 성모님이 계신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 모두가 성모신심단체인 '푸른군대' 회원이어서 성모님은 그렇게 우리 집의 중심에 계셨다. 아침에 일어나면 으레 가족 모두는 살아 계신 분께 인사드리듯 "안녕히 주무셨어요?" 로 시작해서 하루 종일 인사를 했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등등. 그리고 저녁이 되면 가족이 함께 모여 앉아 무릎을 꿇고 저녁기도를 바치곤 했다. 그 기도는 1시간 조금 넘는 기도였지만 당시만 해도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수도원에서 의자에 앉아서 하는 기도가 익숙해진 터라 무릎 꿇고 하는 기도는 5분을 채 넘기기 힘들다. 기도의 내용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시작성가는 아버지가 선곡하신 성가로 끝 절까지 부르는 것이 우리 집의 전통이었다. 그러고 나면 가톨릭 기도서에 나오는 거의 모든 기도를 바치고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 와 푸른군대 회원들이 바치는 '봉헌문'을 바치면 1부가 끝났다. 바로 이어서 묵주의 9일기도가 2부로 이어지고, 3부는 우리 가족들의 자유기도로 이루어졌다. 아버지부터 막내인 나까지 자유기도 내용을 들으면 우리 가족들이 오늘 하루 누구를 만났고, 기분이 어떠했는지 등등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어 용서와 감사의 기도를 바치고 나면 마침성가로 기도가 끝났다. 수도원 입회 후에 동기 신학생들이 방학 때 우리 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저녁이 되자 부모님이 함께 기도를 하자고 친구 신학생들을 초대하셨고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3부 짜리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1부가 채 끝나기도 전에 친구들은 몸을 비비꼬기 시작하더니 3부 때는 거의 신음 소리를 낼 정도가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우리 집 대문을 나서면서 친구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다시는 너희 집에 오나 봐라!!" 지금도 부모님은 새벽 세 시 반이면 어김없이 일어나셔서 아침기도를 바치신다. 대신 전날 밤 아홉 시면 주무시는데 간혹 특별한 일이 생겨서 늦게 주무셔도 기상시간은 변함없으시다. 아침기도가 끝나면 새벽미사로 하루를 시작해야 행복하시단다. 부모님에게 기도는 "금보다, 많은 순금보다 더욱 보배로우며 꿀보다 생청보다" (시편 19, 11) 더 단 것이리라. 그러니 기도하는데 화장실인들 마다하시랴. - 생활성서2011 2월호 90~92 쪽에 실린 글 전문입니다. ^^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10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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