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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침에 눈을 뜨면 문득 이유 모를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심장이 천천히 오그라드는 듯, 뻐근하게 가슴이 옥죄어 오다가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두려움과 공허감 말이다. 이 주변머리 없는 성격으로 또다시 오늘 하루를 살아갈 일이, 아니 앞으로 지상에서의 남은 나의 삶을 하루하루 헤쳐 나가야 할 일이 아득하다. 미운 사람 보고도 반가운 척 웃고, 하고 싶지 않은 말도 꼭 해야 할 때가 있고, 지키지 못할 약속인 줄 알면서도 무조건 남발하고,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이 "살아감의 절차"를 다시 되풀이해야 할 일이 한심하다. 시쉬포스의 비극은 산꼭대기에서 굴러 내려오는 돌을 또 다시 혼신의 힘을 다해 올려놓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그의 비극은 그가 힘겹게 밀어 올리는 돌이 다시 굴러 떨어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두려움도 같은 이유에서 오는 것인지 모른다. ... 태어남은 하나의 약속이다. 나무로 태어남은 한여름에 한껏 물오른 가지로 푸르름을 뽐내라는 약속이고, 꽃으로 태어남은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 그 화려함으로 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더하리라는 약속이고, ... 작은 풀 한 포기, 생쥐 한 마리, 풀벌레 한 마리도 그 태어남은 이 우주 신비의 생명의 고리를 잇는 귀중한 약속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으로 태어남은 가장 큰 약속이고 축복이다. ...그러면 우리의 생명은 무엇을 약속함인가. 다른 생명과 달리 우리의 태어남은 생각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의 약속이다. 미움 끝에 용서할 줄 알고, 비판 끝에 이해할 줄 알며, 질시 끝에 사랑할 줄 아는 기적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일은 이 약속을 지켜가는 일이다. 괴물같이 어둡고 무서운 이 세상에 빛 동그라미를 만들며 생명의 약속을 지켜가는 일이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00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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