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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장미가 한 송이 곱게 피었다. 어제까지도 수줍게 봉오리만 짓고 있더니 어느새 살며시 피어 있다. 주옥 같은 이슬 방울 하나하나에 아침 햇살이 고여 있다. 꽃잎에도 새벽이 물들어 있다. 새로운 그것이다. 그것을 누가 와서 싹둑 베어갔다. 꽂아놓고 한동안 보더니 곧 싫증이 났는지 아궁이에 넣어버렸다. 잠깐 사이에 그 아름다움이 재가 되어버렸다. 불이 이렇게 잠깐 사이에 하는 일을 세월은 끊임없이 모든 산 것에게 하고 있다. 잎이 무성한 고사리에서부터 날씬한 코스모스, 몇 아름씩 되는 느티나무까지도 다 마찬가지다. 가볍게 나풀대는 나비도 그렇고, 날쌘 제비도 그렇다. 재빠른 다람쥐도 육중한 황소도 다름없다. 상처로든 병으로든 불에 타서든 굶주려서든, 꽃피었던 모든 생명이 언젠가는 재가 되게 마련이다. 또렷하던 모습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한줌 재가 되고, 영롱하던 오색은 거무스레한 가루가 되고 만다. 그토록 따스하게 움트던 민감한 생명이 저 메마르고 죽은 흙, 아니 흙만도 못한 재가 되어버린다. 우리라고 다를 바 없다. 우리도 열린 무덤 안에 놓은 해골 곁에 한줌 재라도 보면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가. "사람아 명심하라. 너는 흙이고 흙으로 돌아가리라." 그렇다. 재가 말하는 바는 바로 무상이다. 다른 것들의 무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무상을 말해준다. 우리의 무상, 나의 무상. 봉재에 들어서면서 며칠 전 성지주일만 해도 푸르렀던 가지의 재로 십자를 내 이마에 그으면서 사제는 바로 나 자신의 덧없음을 깨쳐준다. "사람아 명심하라. 너는 흙이고 흙으로 돌아가리라." 모두 재로 돌아간다. 내가 사는 집, 내가 입는 옷, 쓰는 그릇, 내 돈, 밭과 들과 숲, 나를 따르는 개와 외양간의 짐승까지. 지금 글씨를 쓰는 나의 이 손, 그걸 읽고 있는 눈. 나의 온몸이 모두 재로 돌아간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 미워하던 사람, 그리고 두려워하던 사람들, 이 세상에서 내게 커 보이던 것, 작아 보이던 것, 하찮아 보이던 것. 모두 재로 돌아간다. 모두, 모두. -거룩한 표징/로마노 과르디니/분도출판사 - 에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0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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