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서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무거운 삶의 무게를 믿음으로 헤쳐나가길 빌며...

행복한 쉼터, 두레골...

◐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00215(월)-어머니

두레골 2010. 2. 15. 08:21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학교 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방이 교문 앞 게시판에 붙은 지 3일째다.
오늘은 학교에 가자마자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 어머니가 놀란 표정으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자갈들이 많은 가문 맨땅을
차며 회비 이야기를 했다.

... 어머니는 머리에 쓴 수건을 벗더니 땀을 닦고
옷의 먼지를 툴툴 털면서 "가자" 하면서 앞서 밭을 걸어나갔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어머니 뒤를 따랐다.

... 집으로 들어선 어머니는 어디선가 보리를 한줌 들고 나오더니,
마당과 앞 텃논에서 놀고 있는 우리 집 닭들을 구구구구 불러들였다.
... 닭들이 어느 정도 닭장 안으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닭장 문을 닫고 망태를
들고 오더니 다시 닭장 문을 열고 닭들을 한 마리씩 잡아 망태에 담기 시작했다.

"가자." 어머니가 앞장을 서셨다. 차 타는 곳까지 30분을 걸어야 한다.
들길을 지나고 마을을 지났다. 차를 타고 갈담 장으로 갔다. 점심 때가 지났어도
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염소나 닭이나 오리나 강아지를 파는 장 한쪽 구석으로 갔다.
영계들은 금방 팔렸다.

어머니는 회비하고 내가 순창으로 갈 차비를 주었다.
닭 판 돈은 그 돈이 전부였다. "어매는 어치고 할라고?" 나는 그때야 처음으로
말을 했다. "나는 걸어갈란다." 나는 서 있었다. "차 간다. 어서 가거라."

나는 차를 탔다. 내가 차에 오르자 어머니는 돌아보지도 않고 집으로 가는 신작로
길로 들어섰다. 나는 돈을 꼭 쥐고 있었다. ''' 어머니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먼지 낀 유리창이 더 흐려 보였다. 앞 의자 뒤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먹이며 나는 울었다. ... 아! 어머니. 나는 돈을 꼭 쥐었다.
점심을 굶은 어머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사오리 신작로 길을 또 걸어야 한다.

-김용택/ 한겨레출판/ 오래된 마을/ 소금 항아리 - 에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1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