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데레사 수녀님은 본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무척 싫어하는 분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몸을 부딪치면서 플래시 세례를 퍼부어도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으셨다.
언제 어디서건 주름 패인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가까이서 뵙건데 누구에게 보이려고 짓는
미소가 결코 아니었다. 들은 얘기지만 수녀님은
"카메라 플래시를 거부하지 않을 테니 그때마다 연옥 영혼을 한 명씩 구해 달라."
고 하느님께 청했다고 한다. 대구 희망원에 내려가셨을 때 그 얘기가 화제에 올랐는데
수녀님이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를 너무 많이 해서 연옥이 텅텅 비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져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데레사 수녀님은 한국 첫 방문이셨다. 그러나 난 이미 그 전에 호주 멜버른 세계성체대회에서
그분의 명성과 열정을 확인했다. 그때 야외 강연회에서 들은 생명 존중 메시지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늘에는 별이 많아서 아름답습니다. 들판도 꽃이 많이 필 때 아름답습니다.
인간 세상에도 어린이가 많을 때 아름답습니다. 하늘에 별이 많다고, 들에 꽃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인간은 왜 어린 생명이 우리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불평하면서 낙태를 합니까?"
데레사 수녀님은 정말 그리스도의 사랑을 깊이 사신 분이다.
가난, 불평등, 전쟁 등 인간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의 궁극적 해답을 갖고 계셨다.
사람들이 수녀님을 보고 열광한 이유도 그 해답, 다시 말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녀님은 서강대 강연회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굶주림은 먹을 것에 대한 굶주림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헐벗음은 옷을 걸치지 못한
헐벗음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에 대한 굶주림과 인간 존엄성이 벗겨진 상태의
헐벗음이야말로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데레사 수녀님은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 속에서 가난하게 사셨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계신 하느님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1. 5. 3. 데레사 수녀님이 처음 우리 나라를 방문하셨음)/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 평화신문 - 에서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천진암 기도항아리에서 온유님 올리신 글 옮김 (09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