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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40821(목)-오늘의 묵상(책임성)

두레골 2014. 8. 21. 07:29
복음 : 마태 22,1-14.


어제와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직접적인 비유의 대상을 가리키시는 대신에
긴 이야기의 구성과 인물 전체를
비유로 삼아 하늘 나라를 보여 주십니다.
이런 말씀을 대할 때에는 손쉽게 교훈이나 가르침을
이끌어 내려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체험’하고
단번에 눈에 띄지 않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도록 노력할 때,
머리로 파악한 비유의 주제들이 더욱 생생하게 가슴속으로 다가옵니다.

어제 복음의 주제가 하늘 나라의 ‘무상성’이라면,
오늘 복음의 주제는 하늘 나라에 초대된 사람의 ‘책임성’입니다.
혼인 잔치의 예복은 그 책임성을 잘 상징합니다.
하늘 나라는 주님의 자비로 우리에게 거저 선사되는 것이나,
우리가 준비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마음속에서 절실하고 명확하게
떠오를 때 비로소 이 하늘 나라의 비유를 묵상한 것입니다.

이 비유를 묵상하면서 언젠가 읽은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주인공의 독백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은 미혼모로서 파출부로 일하며,
머리가 평평해서 ‘루트’라는 별명을 가진
아들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갑니다.
그러한 그녀의 고용주는 기억 상실증의 수학자였는데,
그가 그녀와 그 아들에게 진리의 세계가
가진 아름다움에 눈뜨게 합니다.
“배가 고픈 것을 참아 가면서 사무실 바닥을 닦고
루트를 걱정하고 있는 내게는
박사가 말하는 영원하고 옳은 진실이 필요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눈에 보이는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실감이 필요했다.
넓이도 없이 장엄하게 어둠을 뚫고
한없이 뻗어 나가는 한 줄기 진실한 직선,
그 직선이야말로 내게 잠시의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우리 가슴속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열망,
그저 자신의 처지에 주저앉아 눈앞의 일에만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하고 진실한 세계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우리의 존엄을 지켜 줍니다.
이렇게 참되고 고귀한 갈망이야말로
혼인 잔치의 예복이 아닐까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책임성’은
주님께서 심어 주신 하늘 나라에 대한 이 갈망을
유혹과 곤경 속에서도 꿋꿋이 지키는 데 있음을 절절히 느낍니다.

- 매일미사에서 옮김 (1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