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영혼 ◑/단상(斷想)

묵주기도를 바치며...

두레골 2024. 9. 27. 14:35

새벽 시계가 4시를 갓 넘어서는 시각에 눈을 뜬다.
거실로 나오며 묵주를 들었다.
어머니를 위해 그 동안 얼마나 간절히 기도해 본 것인가? 묵주기도 5단을 바치는 동안 내내 가슴이 저려온다. 이제 얼마간의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고 기도하고 간절히 매달려 보기로 다짐한다.

함양에서 43일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어머니께서 이틀만에 욕창과 폐렴증상이 악화되어 다시 거창에서 입원하셨다.
특히 욕창은 장기기간 치료해야 할 것 같아 추후 요양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담당의사의 말에 또 다른 고민에 빠져든다.
이제 한고비 넘겼나 싶었는데..

당신께서는 89세의 고령이라 삶과 죽음의 의미에 그리 집착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진행되는 순간순간이 마냥 안타까움으로 채워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몹시도 힘들게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무의식 상태에서 깨어나 서로 대화할 수 있고 감정도 나눌 수 있은 상태까지 회복되었으니 더 없이 감사한 일이다.

힘겹게 눈을 뜨고는 아들 얼굴을 알아보며 환희 웃음 짓는 어머니의 얼굴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식사를 거의 못하셔서 걱정하고 있는 나에게 때마침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하고 운을 띄운다.
'찹쌀에다 앙꼬를 넣어 구운 것인데 전화국 가는 길 강변에 가면 살 수 있어 노랗게 써붙여 놓았어..'
평소 즐겨 사드셨다는 찹쌀도너츠에 대한 설명이다.
따끈따끈한 찹쌀 도너츠를 드시는 밝은 어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맛있는 것 많이 사드릴 테니 얼릉 나으세요! 하고 힘을 돋운다.
짧은 면회 시간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나는 다시 묵주기도를 바친다.
조금만 더 힘내셔서 잘 견뎌 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2024. 9. 27.
어머니 계신
병원을 다녀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