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영혼 ◑/단상(斷想)

이태원 참사에 부치는 글

두레골 2022. 11. 1. 22:25

xx아, 미안하지만
이처럼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네 행동은 나로서는 솔직히 참 무례하게 느껴진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경찰은 행동한다
따라서 주체측이 없는 자발적 행사의 경우에는 신고 집회 및 시위와는 달리 경찰이 세부통제 계획을 수립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위급한 상황이 신고되면 대처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번 경우에 사고완료 4시간 전부터 신고가 연이어 들어 왔기에 경찰이 잘 대응했으면 좋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 경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즉각적인 적절한 초기대응 미비는 마땅히 그 책임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미 그 시점에서는 경찰이나 행정인원도 진입 자체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그 결과를 두고 누구 탓이라고 단정지으며 책임몰이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내가 보는 관점을 이해를 돕기 위해 두서없이 몇자 적어본다

경찰, 용산구, 행안부 모두 사고의 책임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 책임이 그들만의 책임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한 판단과 행동이 벗어나면 권한남용으로 호되게 비판을 받는다. 위급상황의 판단은 결국 현장경찰관이 판단해야 하는데 상부의 지시없이 미리 예상하여 경찰관이 움직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즉 경찰관의 복지부동을 초래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즉 우리 국민들이 그리 만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경찰이 이런 경우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만들어 제도적 즉 시스템 적으로 자연스레 대응할 수 있게 해주고
무엇보다 국민들은 그들의 통제를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집회나 시위에서 평소에는 경찰의 통제를 권한남용, 인권침해 등등 이유를 들어 고발하며 비난하다가 이런 사고가 나면 경찰은 뭐 했느냐는 식의 매도성 비난은 위험한 생각이며 문제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불행히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금까지 수많은 집회와 시위를 거치는 과정 속에 경찰은 복지부동으로 경직되고 우리 국민이 원하는 만능경찰이 되지 못했다

(네가 예시 하고있는 차량이 밀집되는 경우의 도로교통법 상 차량통제는 이번 경우 즉 사람의 통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사고의 위험성은 늘 존재하지만 사고가 크고 작든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어느 한 순간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태원 골목의 위험성은 늘 존재해 왔지만 그렇다고 매년 한 두명이라도 사고가 발생했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네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만약 한 두명이라도 그런 사고가 났었다면 이번과 같은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사례가 있어 미리 쉽게 사고 위험성을 지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 테니까...
즉 사고의 위험성은 늘 존재하지만 항상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아무도(시민도, 경찰도, 지자체도 등등) 받아들이지 못하고 평소대로 대응하다 어떤 계기가 있어 폭발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나는 사고가 나면 진보 보수의 논리로 누군가의 책임이라고 몰아부치는 사람들이 너무 싫다
작년보다 적은 경찰이 배치되었다며 거짓뉴스에 근거하여 주장하는 이들은 작년보다 더 많은 경찰이 배치되었다는 경찰의 발표나 통계자료를 보고도 인정하려 하지않는다
왜? 그들은 오로지 누군가의 잘못만을 논하고 그 대상을 짓밟고 정쟁만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 사회는 함께하는 사회요 생각이 다른 이들과도 함께해야 하는 세상이다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 내 탓은 아니고 네 탓이다는 위험한 이분법적 사고로는 문제를 개선하고 더불어 함께 하는 세상을 이룰 수 없다고 본다

진보다 보수다 하는 진영의 논리를 앞세워 진보는 무조건 옳고 보수는 무조건 그르다는 논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몰아치는 위험한 생각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가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임 즉 누구의 탓이라고 하기 전에 내 탓이라 생각하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보다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만을 내세워 진영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효율적인 해결 방안이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필요하면 국회는 관련법을 제정하여 행정부가 국민을 위해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기본적 제도를 정비함이 우선일 것이다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언제가부터 우리 국민은 내 편 아니면 네 편 즉 진보 아니면 보수 이렇게 갈라쳐졌다
진영 논리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의 영향이겠지만....
나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싶지 않구나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그 난리통에도 광주시민은 질서의식 즉 시민의식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 서울 시청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연일 벌어지는 민주화 시위 때도 (나 역시 직접 참여했지만) 아무런 사고가 없었던 것은 서로를 위하고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이었다
월드컵 때 그 많은 인파가 시청앞 광장에 몰렸지만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던 것 역시 무엇보다 시민의식이라 생각한다.
이 많은 사례에도 사고의 위험성은 대단히 높았지만 우려되는 사고는 없었다

이번 이태원 사고의 궁극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경찰, 용산구청, 서울시, 행안부, 대통령?
안전관리 소홀이라는 책임을 그들에게 물을 수 있겠지만, 그들은 국민의 안전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결과를 놓고 보면 당연히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과연 그들만이 문제인가?

나는 생각이 다르다
행정력 이전에 필요한 것은 바로 질서유지를 위한 시민의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동안 수 많은 인파들이 몰려 시위, 집회, 축제를 했고 그 안에 높은 사고의 위험성이 항상 내재하고 있었지만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 경찰과 지자체, 행안부나 대통령이 잘해서 사고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아무리 잘 대응하더라도 과연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이 없었다면 안전할 수 있었을까?

이번 이태원 사고 발생 몇 시간 전에 한 여성이 큰 소리 상황을 전파하고 그 골목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요청했고 이에 반응한 시민들의 행동으로 사고위기를 면한 예는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시민의식 아닌가?

나는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은 참여자의 시민의식 결여라고 본다
물론 행정기관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네 탓이 아니라 나의 탓 즉 시민의식의 부족이 더 크고 되돌아봐야 할 문제점이라고 본다
행정은 필요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 그 골목으로 들어가지 말자고 소리쳐 전달하고 필요하면 자율적인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인들도, 참여자도...
앞 사람을 밀면 사고 날 것이 확실함에도 미는 행위는 분명 시민의식의 결여가 아닐까 한다

경찰도 만능인간이 아닌 나와 똑 같은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다
심각한 결과가 났으니 그 행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나 정쟁 즉 진보보수의 정치적 논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되며 과연 그들만의 책임인가 하는 점은 우리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지 못한 체계적인 제도적 미비점은 없는가를 먼저 생각하고
과연 서로를 생각하고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은 있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경찰이라면, 내가 지금 손가락질하는 그들보다 더 잘할 수 있었을까 라고 먼저 돌아보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어느 누구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자격은 없다고 본다. 나 역시 그들의 위치에 있다면 그들보다 낫게 행동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으로 지금까지 미쳐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한편으로는 나만을 생각하는 자세를 탈피하고 너와 나를 서로 위하는 시민의식을 갖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 그때는 소위 진보적 사고를 가졌었고 진보진영의 모순과 부패를 보고 다시 소위 보수적 사고를 지향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즉 진보보수의 논리보다는 옳고 그름의 가치를 기준으로 사회현상을 판단하고 싶고
네 탓 보다는 내 탓을 먼저하는 사람이고 싶고
나만 옳은 게 아니라 너도 옳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고 싶구나

부탁하건데 더 이상 이와 유사한 문제로 논쟁하지 않길 바란다
어느 일방도 전적으로 옳고 또 그르지 않기 때문에...
더우기 정치적인 진보 보수의 논쟁으로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자꾸나 부질없는 짓이니...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 시간도 나에겐 부족하니까...

2022. 11. 1
라이문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