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믿음 ◑/강론과 신앙 이야기

190930(월)-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비결은?(양승국 신부)

두레골 2019. 9. 30. 06:33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비결은?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에 집중 또 집중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당신께서 각별히 사랑하시는 수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런 덕담을 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수도자 여러분, 이토록 급변하는 시대, 극단적으로 세속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수도 생활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수도 생활하면서 만나게 될 여러가지 유혹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에게 집요하게 다가오는 다양한 유혹들을 잘 극복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비결을 한 가지 알려드릴까 합니다. 수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강력한 유혹을 잘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좋은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에 집중 또 집중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이지 크게 공감했습니다. 저 역시 부족한 한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가장 유혹이 덜하던 때가 언제인가 생각했을 때, 그 순간은 바로 가장 가난한 청소년들을 향한 사목적 열정으로 가득 찼을 때였습니다. 아침부터 밤늦도록 청소년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닐때는 바빠서 그런지 유혹이 파고 들어올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에 몰두할 때는 거기서 오는 주님으로부터의 은총이 큰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예로니모 사제 학자(342~420)의 삶만 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역시 혈기 왕성했기에, 청소년기·청년기 시절 껌 좀 씹었던가 봅니다. 숱한 오류와 방황의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로니모의 젊은 시절은 콘스탄티노 대제가 가톨릭을 국교로 정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오랫동안 성행해오던 이교 사상이나 우상숭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리스도교로 개종했지만, 과거의 악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신자들도 많았습니다.

 

 

예로니모 역시 그런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예로니모를 호되게 치셨습니다. 그는 치명적인 중병에 걸리게 되고, 오랜 세월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그제서야, 예로니모는 자신의 그릇된 지난 삶을 크게 가슴치면서 회심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는 충실한 신앙생활을 영위하는데 장애물이 많았던 도시 로마를 즉시 떠납니다. 카르치스 광야, 안티오키아를 거쳐 이스라엘로 넘어가 수도생활에 전념합니다.

 

 

우리 모두 체험하는 바지만, 한번 길들여진 세상의 맛, 향락적 삶의 맛을 단칼에 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예로니모 역시 그랬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새 삶을 추구했지만, 문득문득 과거의 달콤했던 세속의 맛이 떠올라 그를 괴롭혔습니다. 그 유혹이 얼마나 컸던지, 몇번이고 다 때려치고 돌아가고 싶었답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큰 유혹 앞에 예로니모는 주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다가오는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성경책을 펼쳐들었습니다.

 

 

예로니모는 성경을 보다 잘 공부하기 위해 한국어 못지 않게 배우기 어렵기로 유명한 히브리어·칼데아어를 독학으로 습득했습니다. 그리고 385년부터 404년까지 20여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신구약 성경 모두를 라틴어로 완벽하게 번역했습니다. 그 유명한 불가타 역 성경을 완역한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역사 안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업이 그의 손을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성직자·수도자들, 형제 자매님들, 수시로 다가오는 다양한 유혹들 앞에서 고생이 많으시겠죠? 우리 모두의 영적 지도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 말씀에 귀를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유혹이 크면 클수록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 자신과 이웃을 위해, 우리 사회와 교회 공동체를 위해 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 헌신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에 몰두해보시기 바랍니다.

 

 

그게 너무 어렵다면, 성경을 펼치시기 바랍니다. 큰 목소리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기울여 필사해보시기 바랍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앞에서는 참고서를 펼쳐 들고 열심히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작은 노트를 하나 마련해 매일의 은총 일기를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치 기적처럼 유혹이 물러갈 것이며, 생각지도 못했던 주님으로부터의 은총과 축복이 거짓말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S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