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믿음 ◑/강론과 신앙 이야기

190612(수)-설교자에게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설교하는 바를 실천해야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두레골 2019. 6. 13. 07:14





교자에게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설교하는 바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며칠전 스마트폰을 분실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더군요. 요즘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대라 엄청 답답하고 불편했습니다. 갑자기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이 생각나서, 그분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한 몇 시간 뒤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은 내가 해놓고, 왜 아무 죄도 없는 안토니오 성인을 괴롭히는가? 청할게 있고, 안 청할게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계가 오래되기도 했고 해서, 새것으로 구입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잠시 머물 때였습니다. 신심이 깊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한 그곳 사람들은 안토니오 성인께 자주 전구를 하더군요. 뭔가 잃어버리기만 하면, 즉시 안토니오 성인께 찾아 달라고 부탁을 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그런 유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물어봤더니, 사연 하나가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회원이었던 안토니오였기에 지니고 있던 것이 거의 없었는데, 유일하게 애지중지, 자신의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영성 서적이 한 권 있었습니다.

 

 

한 젊은 수도자가 있었는데, 당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명설교가 안토니오가 언제나 들고 다니던 영성 서적에 눈길이 갔습니다. 대체 어떤 책일까?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그가 드디어 기회를 잡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경당, 안토니오의 자리에 놓여있던 그 책을 슬그머니 챙겼습니다.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책이 없어진 것을 안 안토니오가 너무나 안타까웠던 나머지 눈물로 기도했더니, 어느 날 그 책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그런 사연입니다.

 

 

이제는 시대도 바뀌었으니,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달라고 안토니오 성인께 전구하기 보다는,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게 해달라고, 잃어버린 순수했던 신앙을 되찾게 해달라고, 잃어버린 첫 열정을 되찾게 해달라고, 멀어져버린 주님, 성모님을 되찾게 해달라고 청해야겠습니다.

 

 

또한 안토니오는 교회 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명강론가셨습니다. 그가 명강론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도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회에서 프란치스코회로 적을 바꾼 안토니오는 1221년 아시시에서 개최된 프란치스코회 총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거기서 꿈에 그리던 프란치스코 성인과의 만남을 갖게 됩니다.

 

 

총회 이후 안토니오는 현재 루마니아 포플리 근처 수도원으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거기서 그는 사제서품식에 참석했다가 예기치 않게 강론을 부탁받게 됩니다. 서품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이방인 수사였던 안토니오의 강론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자마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그의 강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리저리 떠도는 무명의 수사로만 알고 있던 안토니오의 입에서 너무나 감미로운 천사의 언어, 논리정연하고 감동적인 대학자의 언어, 그 자리에서의 회심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에너지로 가득한 생명의 언어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늦게야 안토니오의 감추어진 보화를 발견한 장상들은 그를 북부 이탈리아로 파견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활개를 치고 있던 개신교도들과 이단자들의 회개를 위한 선교사로 대활약을 하게 됩니다. 그의 활동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었던지 당시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이단자의 망치’, ‘살아있는 계약의 궤란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그가 강론대에서 선포하는 말씀이 얼마나 힘이 있고 아름다웠으면 사람들은 전무후무한 설교가라고 칭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인생 안에서도 당신의 특별한 계획을 지니고 계십니다. 때로 우리가 새롭게 시작하도록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때로 하느님께서는 안토니오에게 하신 것처럼 더욱 완전히 당신을 따르도록 새로운 가치와 인생관을 선물로 주십니다.

 

 

행동이 뒤따를 때 입으로 하는 말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입은 다물고 행동으로 말합시다. 우리는 불행히도 말로는 부풀어 있고 행동에는 텅 비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주님께서는 잎사귀만 있고 열매는 하나도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것처럼 우리도 저주하실 것입니다. 설교자에게는 법이 하나 있습니다. 설교하는 바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령이 지시하는 대로 말하도록 합시다.”

 

 

(양승국 스테파노, S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