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믿음 ◑/오늘의 기도·묵상

160613(월)-오늘의 묵상(예수님의 역설적 가르침)

두레골 2016. 6. 13. 07:22
복음 : 마태 5,38-42



예전에 부모님은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교육을 잘못 시킨 자신의 탓이라 여겨 자식에게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자식들은 그런 부모님의 엄명에
눈물을 흘리고 잘못을 뉘우치는 산 교육을
몸으로 배우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이런 교육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경쟁과 야합, 이기심과 허영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가
선으로 악을 이기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논리는 역설적입니다.
내가 당한 만큼 상대도 당해야 속이 풀릴 것 같은 세상인데,
막상 그렇게 한다고 내 맘이 편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받은 상처와 폐해는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보복하고 원망해도 이미 저질러진 악은
또 다른 악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합이 이제벨의 간교로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고 권력을 남용한 사례는,
오늘날에도 권력 남용으로 인권과 사회 정의가 유린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폭력과 불의 앞에서도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하시는
예수님의 역설적 가르침은, 악의 힘은 더 이상 악이 전염시킬 힘이 없는
선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불의 앞에 침묵이나 타협이 아닌,
정의를 외치는 것은 정당한 예언자적 소명입니다.
하지만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말라는 것은
불의한 악의 힘에 복종하라는 뜻이 아니라,
궁극적 정의의 실현은 하느님께 맡기라는 믿음의 요청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십자가의 용서와 자비에서 드러난
구원과 해방을 선포하는 역설적인 하느님의 반전 드라마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매일미사에서 옮김 (160613)